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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024의 게시물 표시

노를 저으라

가물은 호수바닥이든 폭풍 속 망망대해든 노룰 저으라 내 옆은, 잔잔한 호수 위 미끄러져가는 백조 사육되지 않으려 하지 않있느냐 그러니 노를 저으라 의심이 들면 의심하고 불만이 생기면 불평하고 비교하고 짜증내고 울고불고 그래도 노를 저으라 초라한 나뭇배에 처절한 몰골 장렬히 침몰한 탐험가들의 흔적 그러나 돌아갈길은 없다 그러니, 저어라.

회색소년

오늘도 그럭저럭 바쁜하루 재미없는 책을 또 한장 넘기네 이쯤이면 알지 주인공이 어떤 녀석인지 표지는 분명 소년만화였는데 멋진 액션, 로맨스, 꿈과 희망 뭐 이런것들.  그럴줄 알았는데. 까만 글씨들을 나열한 종이 위로 나는 미끄러져흐르네 긴 여행길, 무향의 종잇장 뭉치 얼룩진 기억들의 나이테 인생은 판타지가 아니고 멜로는 진작에 아니었어 소년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 파스텔빛 도시  회색 가로등 아래에서 무수한 그림자들 사이로 사라진걸까 사라지려한걸까 사라지게된걸까 어쩌면 처음부터 그림자였을까

또 하나의 잠 못이루는 밤

언제부터였는지도 모를 이 밤 또 한 번의, 끝날 줄 모르는 시간. 온갖 번뇌에 몸부림치다 내일 또 해가 뜨면 훌륭한 사람인척 살아가야겠지 사실 그렇지 못한 사람이라고, 이미 누군가는 눈치챘겠지만, 나도 계속 그런 척 하기에도 민망하지만, 어쨋거나 살아가려면 별수없다. 나도 순수했던적이 있었구나. 그땐 몰랐는데. 다 컸다고 생각했던 그때의 나도 참 앙큼했구나. 이제는 겪을만한 일은 다 겪어보고, 그야말로 사회인이 되었다. 더럽다. 가식적이고... 무엇보다 겁쟁이가 되었다. 무엇하나 자신있는게 없고 그 와중에 알량한 자존심은 남아 되지 못한 것이 되기만 하면, 되기만 하면 된다고. 그런데 과연 되긴 될까 싶고. 나는 신기루를 좇았나 신기루를 좇다 목말라 죽을지언정 비린 낙타젖 따위에 만족하지 않겠다고 호기롭던 그 아이는, 이제 어른이 되어 또 하나의 잠 못이루는 밤을 지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