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였는지도 모를 이 밤 또 한 번의, 끝날 줄 모르는 시간. 온갖 번뇌에 몸부림치다 내일 또 해가 뜨면 훌륭한 사람인척 살아가야겠지 사실 그렇지 못한 사람이라고, 이미 누군가는 눈치챘겠지만, 나도 계속 그런 척 하기에도 민망하지만, 어쨋거나 살아가려면 별수없다. 나도 순수했던적이 있었구나. 그땐 몰랐는데. 다 컸다고 생각했던 그때의 나도 참 앙큼했구나. 이제는 겪을만한 일은 다 겪어보고, 그야말로 사회인이 되었다. 더럽다. 가식적이고... 무엇보다 겁쟁이가 되었다. 무엇하나 자신있는게 없고 그 와중에 알량한 자존심은 남아 되지 못한 것이 되기만 하면, 되기만 하면 된다고. 그런데 과연 되긴 될까 싶고. 나는 신기루를 좇았나 신기루를 좇다 목말라 죽을지언정 비린 낙타젖 따위에 만족하지 않겠다고 호기롭던 그 아이는, 이제 어른이 되어 또 하나의 잠 못이루는 밤을 지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