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때처럼 고요한 밤이다. 오늘도 나를 찾아와준 죽음에 대한 생각을 친구삼아 이런저런 잡담을 시도한다. 과거와 미래와 약간의 현재 자존심이 센 나는 미래가 적어도 이 정도는 될 것일지언데, 그게 크게 만족스럽진 못하다고 툴툴거린다. 녀석은, 내 구질구질한 허세가 안먹히는것 같다는 자각이 들때 즈음, "그랬구나.." 라는, 나에겐 조금 상처가 되는 무심한 추임새를 가끔 넣어줄 뿐이다. 내 말 듣고는 있니. 나 진짜 얘기할 사람이 필요해서 그래. 그래도 옆에 있어줘서 고마워. 우리 그래도 그동안 꽤 친해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 나는 무심한 너라도 그렇게 싫진 않아. 백지수표 같은 상상에다 행복의 값은 잔뜩 적어두었고, 금리는 너무 높고, 하루 벌어 하루 살고. 어쩌다 힘든 날이면 조금의 행복도 벌어오질 못해. 배고파. 너도 내말 알지. 나 내일도 그거 벌러 가야해. 조금만 쉬고 싶다. 그냥 너랑 살면 안될까.. 그래 너도 쉽지는 않겠지. 오늘은 일단 자자. 수고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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