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의 삶은 썩 괜찮은 삶이다. 시대도 그렇고, 소년이 자라온 환경도 그렇고, 소년 스스로의 재능, 인간성, 야망, 연애, 전반적인 모든 면에서 이 정도면 썩 괜찮다. 물론 소년에게도 삶이 만만하기만 한건 아니다.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잘나가던 집안이 순식간에 기울기도 했고, 부모님은 이혼했으며, 그 과정에서의 화끈한 상호 폭로전 덕분에 부모님의 젊은 시절 부끄러운 과거사는 덤으로 소년의 기억 한켠을 차지하게 되었다. 그러나 뭐 어쩌겠느냐, 삶이 아름답기만 해선 밋밋한 것을. 안타까운 어제는 뒤로하고, 빛나는 내일을 위해, 오늘 좀 빌빌거려볼 수 밖에. 오늘도 힘든 하루였다. 늦은 시간에 귀가하면서 오늘 자신이 혹여 게으르게 살지 않았는지, 그 누구보다도 자신의 삶을 아낄 줄 아는 소년은 반성의 시간을 가졌다. 인생은 마치 한편의 영화와 같다. 클리셰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여기에는 좀 더 철학적인 사색이 들어있다. 타임머신, 듣기만 해도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 기술이 이윽고 가능해진다고 하자. 이 환상적인 기계를 타고 천년뒤의 미래로 가서 아리따운 여성을 만나 아낌없이 사랑하며 인생의 반을 보냈는데, 이쉽게도 배우자가 먼저 세상을 떠나게 된다. 사별의 아픔을 치유하고자 다시 타임머신을 타고 하루 만에 100만년 뒤의 미래로 간다. 다행히 이때까지 지구는 멸망하지 않았고, 여전히 매력적인 여성들을 찾을 수 있다. 한편, 다른 우주의 같은 소년은 조금 다른 삶을 산다. 이 소년은 타임머신을 굳이 이용하지 않고 원래의 시대에서 천생연분을 찾았고, 인생의 반을 아낌없이 사랑하다 아내를 먼저 떠나보내고 만다. 실의에 빠진 이 소년은 꼬박 하루가 걸려 다른 나라로 떠나고, 그 곳에서 마치 세상에 아무일도 없었던 듯,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