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노를 저으라

가물은 호수바닥이든 폭풍 속 망망대해든 노룰 저으라 내 옆은, 잔잔한 호수 위 미끄러져가는 백조 사육되지 않으려 하지 않있느냐 그러니 노를 저으라 의심이 들면 의심하고 불만이 생기면 불평하고 비교하고 짜증내고 울고불고 그래도 노를 저으라 초라한 나뭇배에 처절한 몰골 장렬히 침몰한 탐험가들의 흔적 그러나 돌아갈길은 없다 그러니, 저어라.

회색소년

오늘도 그럭저럭 바쁜하루 재미없는 책을 또 한장 넘기네 이쯤이면 알지 주인공이 어떤 녀석인지 표지는 분명 소년만화였는데 멋진 액션, 로맨스, 꿈과 희망 뭐 이런것들.  그럴줄 알았는데. 까만 글씨들을 나열한 종이 위로 나는 미끄러져흐르네 긴 여행길, 무향의 종잇장 뭉치 얼룩진 기억들의 나이테 인생은 판타지가 아니고 멜로는 진작에 아니었어 소년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 파스텔빛 도시  회색 가로등 아래에서 무수한 그림자들 사이로 사라진걸까 사라지려한걸까 사라지게된걸까 어쩌면 처음부터 그림자였을까

또 하나의 잠 못이루는 밤

언제부터였는지도 모를 이 밤 또 한 번의, 끝날 줄 모르는 시간. 온갖 번뇌에 몸부림치다 내일 또 해가 뜨면 훌륭한 사람인척 살아가야겠지 사실 그렇지 못한 사람이라고, 이미 누군가는 눈치챘겠지만, 나도 계속 그런 척 하기에도 민망하지만, 어쨋거나 살아가려면 별수없다. 나도 순수했던적이 있었구나. 그땐 몰랐는데. 다 컸다고 생각했던 그때의 나도 참 앙큼했구나. 이제는 겪을만한 일은 다 겪어보고, 그야말로 사회인이 되었다. 더럽다. 가식적이고... 무엇보다 겁쟁이가 되었다. 무엇하나 자신있는게 없고 그 와중에 알량한 자존심은 남아 되지 못한 것이 되기만 하면, 되기만 하면 된다고. 그런데 과연 되긴 될까 싶고. 나는 신기루를 좇았나 신기루를 좇다 목말라 죽을지언정 비린 낙타젖 따위에 만족하지 않겠다고 호기롭던 그 아이는, 이제 어른이 되어 또 하나의 잠 못이루는 밤을 지낸다.

애석하게도

애석하게도 모든 일엔 끝이란게 있다. 그리고 우리는 끝의 존재를 미리 안다. 끝이 있기에 뭐라도 해보려하기도 하고 끝이 있는걸 알기에 손을 놓아버리기도 한다. 끝이 찾아올 것임을 알기에 슬퍼하고, 안심하고, 용기와 절망을 얻는다. 뒤틀린 인과율을 더듬어 올라가다보면 결국엔 극소의 무엇인가로 수렴하는듯하더니 애석하게도 작은 점 조차 남기지 않는다. 실체의 지면 뒤쪽으로 쏙 빠진 허수의 공간으로.. 시작과 끝이란게 그런 것이다. 덕분에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과정이란게 있다. 줄줄이 헤쳐놓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놓아도,  결국엔 이리저리 돌고돌아 그곳에 닿는다. 다 의미없는 것이다. 본질은 그러한데, 어쨋든 과정이란것도 있기는 한지라, 여기에 이름을 붙여주다보니 그게 인생이다. 나에게도 사랑이 있었고, 꿈과 희망이 있었고, 이룬것과 이루지 못한 것이 있었다. 나에게도 죄가 많았고, 평생 후회하며, 늘 이 이야기의 끝을 갈망했다. 매번 참 구질구질한 변명이 많았다. 나에게도 시작이란게 있긴 했었다.

노 아이디어

멍하니, 멍청해진 이 시간을 즐긴다. 애초에 내가 무슨생각을 하는지 나부터 제대로 알긴 하는지 근거없는 삶의 청사진에 흐뭇했다가 당장의 현실에 암울했다가 그래도 그 와중에 내가 가진것에 감사했다가 왜 이 정도밖에 없나 절망적이었다가 미웠다가, 그리웠다가 죽고싶다가, 살고싶다가 이 혼란 자체가 감사한 일 같기도. 적어도 완전한 절망은 아니니 형이상학적 가치를 추구하는게 과연 진정 내 모습인가 했다가 사실은, 형이하학적 세계로부터 추방당했던것이 아닐까, 괜한 찝찝한 마음에 그냥, 멍청해져버린 이 감각 위에 그저 붕- 떠본다. 아아, 이런 느낌..

지방출장

투자자의 초대를 받아 포항으로 출장을 간다. 우리에게 호의를 배풀어준 정말 감사한 존재인데, 뭔가.. 내 마음이 공허하다보니 감사하는 마음이 마땅히 그래야할 정도만큼 생기진 않고 그냥 다 귀찮은 느낌이다. 귀찮다기보단... 허무한 느낌이겠지. 얼마전에 심장 통증으로 응급실에 다녀온 후로 내 인생의 우선순위에서 지금 1,2,3등 인것들이 3,4,5등으로 내려온 것 같은데, 막상 1,2등을 뭔가가 채운건 아니고 공석으로 남아있는 느낌..이랄까. 사실 이건 응급실이 계기라기보단 응급실 또한 그 동안의 고통스러운 경험에 대한 결과겠지. 하.. 무슨 말을 적으려 해도 다 반복적이라 적기도 애매하다. 힘드니뭐니, 죽여달라니 뭐니, 어차피 아무도 관심없니마니... 모르겠다. 엄청 힘들긴한데, 그래도 사업이라는 변화무쌍한걸 하니까 새로운 경험도 많이하고, 덕분에 지루함이라도 달래서 내가 삶을 살아갈 수 있는건지.. 문득 지금드는 생각은... 연구 더 한다고 포닥가서 인생이 조금만 더 정체됐으면 진짜 자살했을지도 모를 것 같다. 지금 뭐 영어에 미국 출장 준비에 세미나에 투자유치에 얼마나 스펙타클 하냐..ㅋㅋ 내 회사가 100억이라고..? 내후년엔 1000억 간다고..? 제품 반응이 뜨겁다고? 놀랄 노자다. 분명 희망적인데... 내 마음은 왜이럴까...

할 게 참 많다~

어떻게 이렇게 많나 싶다. 내 삶 전반에 걸쳐 할 게 늘 많았지만, 또 어찌 이렇게 항상 이렇게 할 게 많은 삶을 살아왔나, 기가 막힌다. 욕지거리가 나올 듯하다가도, 내가 왜 욕지거리를 해야하는지 할 일 리스트를 머릿속으로 훑다보면 또 빼먹은 게 없나 불안한 마음에 휩쓸린다. 잊기 전에 한번 외쳐야겠다. 시발!! 개 시발!! 세상은 기다려주는 듯 하지만, 나의 시간들이 나를 기다려주질 않는다. 이따위 낙서를 남길 틈도 없는데, 역설적이게도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정신이 버티질 못한다. 즐기는 자를 이기지 못한다고 했던가.. 나는 즐기는 자는 아닌데, 이것 말고는 도저히 세상에 흥미있는게 없다. 망가진 뇌내회로를 뜯어버리고만 싶다. 그냥 단순하게, 밥 맛있는 먹고, 놀러다니고, 여자 좋아하고, 그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뭐하러 이렇게까지 하지? 왜 난 저런것들의 부재에 무감각한거지? 뇌는 무감각한데, 몸이 무감각하지 못해 발생하는 신체적 이상신호가 버티기 힘들다. 쉬면 더 아프고, 쉬면 더 불안하고, 일해야 마음이 편하다. 미치겠다. 이걸 누군가에게 말하면 컨셉인줄 알겠지. 진짜 미치겠다. 누군가에게라도 이해받고 싶은데, 고독하기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