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석하게도 모든 일엔 끝이란게 있다. 그리고 우리는 끝의 존재를 미리 안다. 끝이 있기에 뭐라도 해보려하기도 하고 끝이 있는걸 알기에 손을 놓아버리기도 한다. 끝이 찾아올 것임을 알기에 슬퍼하고, 안심하고, 용기와 절망을 얻는다. 뒤틀린 인과율을 더듬어 올라가다보면 결국엔 극소의 무엇인가로 수렴하는듯하더니 애석하게도 작은 점 조차 남기지 않는다. 실체의 지면 뒤쪽으로 쏙 빠진 허수의 공간으로.. 시작과 끝이란게 그런 것이다. 덕분에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과정이란게 있다. 줄줄이 헤쳐놓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놓아도, 결국엔 이리저리 돌고돌아 그곳에 닿는다. 다 의미없는 것이다. 본질은 그러한데, 어쨋든 과정이란것도 있기는 한지라, 여기에 이름을 붙여주다보니 그게 인생이다. 나에게도 사랑이 있었고, 꿈과 희망이 있었고, 이룬것과 이루지 못한 것이 있었다. 나에게도 죄가 많았고, 평생 후회하며, 늘 이 이야기의 끝을 갈망했다. 매번 참 구질구질한 변명이 많았다. 나에게도 시작이란게 있긴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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