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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할매

살아계실적 어느 서러웠던 날에
그 씩씩하던 우리 할머니가
할아버지 보고싶다고 엉엉 울었던 적이 있지.
맨날 손자 이뻐 죽던 할머니가
너네들 한트럭 갖다줘도 할아버지가 더 보고싶다며.. 정말 서럽게 울었던.. 다시는 못본 모습.
40년쯤... 됐었을까. 할아버지가 돌아가신지가.

몇 차례의 풍비박산을 겪으면서 우리 앞에서 서럽게 울었던 적도 많으셨지만.. 그렇게 애처롭게, 너무나도 서럽게... 서럽고도 서럽게 우셨던 모습은 아직도 강렬하고도 아련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 당시 어린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었다. 안아주기라도 할 걸.. 그냥 멀뚱히 서 있다가 내 방으로 가서 문을 닫았던 것 같다.

오늘 할머니 제사를 지내고 여느때처럼 잡소리로 시간을 보내다가, 문득 이 일이 떠올랐다. 할머니가 돌아가신후의 슬픔에 빠져서 살던어느날, 내 영혼의 동반자라고 믿어의심치 않았던 옛 연인과도 헤어지게 되면서,
참.. 너무 부끄럽지만,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전여친에 대한 그리움으로 덮어씌워졌었다. 내가 이상한건지.. 전여친이 너무 보고싶고, 내가 잘못한것들이 너무 미안하고... 이런 감정들에 파묻혀 할머니를 생각할 틈이 안생겼달까. 
시간이 좀 더 지나서는, 이 둘, 내 인생 최고의 두 여인에 대한 그리움이 마치 섞인듯 함께 찾아왔다. 정말 많이 울었지. 아니 현재진행형으로 말해야하나. 기억도 안난다. 2년째인지 3년째인지.. 그 동안 시간이 어떻게 흐른지도 모르겠다.
참... 이쯤되면 괜찮아 질 법한데. 다른 여자애가 눈에 들어올법도 한데.

하여튼... 오늘은 뭐... 좀 그랫다.
문득, 돌아가신지 40년 된 할아버지가 그리워 엉엉 우는 할머니가 생각났고,
문득, 40년 뒤에도 구오니가 보고싶어서 어느날 갑자기 엉엉 울게될까봐 ... 무서웠다.
보고싶어서 그런게 아니라 무서워서.. 무서웠다.
40년 동안 보고싶을까봐 무섭다.

하 시발. 벌써 4시네.
그냥 자야지 하고 눈 꼭 감고 있다가
결국엔 이렇게 의미없는 푸념을 끄적이고 자게되는구나.
오늘은 수면제 없이 잘 수 있을줄 알았는데 망했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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