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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작은 문턱

그럴 때가 있다.

삶의 작은 문턱에도 힘겨워하는.

예전의 내가 어떻게 그렇게 많은 일들을 해냈는지 믿기지 않는..


정신과에서 항우울제를 받아왔다.

정말 신기하게도, 우울하지가 않다. 일부러 우울한 생각을 하려해도 잘 이어지지도 않고, 우울한 생각을 하기가 어렵다. 우울한 생각에 다가가려 하면 튕겨져 나오는 느낌이다.

뭔가... 로봇이 된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아버지가 정말 싫었다. 아니 싫다.

모든 것을 당신 탓을 할 순 없지만, 내 인생이 이렇게 된 것에 아무런 책임감을 느끼지 못하는 당신에게서 배신감을 느꼈다.

"당신 아들의 인생이 당신으로 인해서 이렇게 힘든데, 어떻게 그렇게 웃을 수 있지?"

"매일 그렇게 술마시고 놀 수 있는 양심은 어디서 나오는 거지?"

"책임을 져달라는게 아니라, 적어도 미안한 척이라도 해줘야하는 게 아닌가?"

이것 말고도 원망하는 게 참 많지만, 아버지에 대한 내 생각의 요지는 이런 것 같다.


이런 생각의 뒤로는..

"아버지를 원망하고 싶지 않다"

"혹시 내가 인생에서 실패하게 됐을 때 당신 탓을 하고 싶지 않다."

이런 생각이 이어서 나를 괴롭혔다.


약 때문인지 이러한 생각의 논리 자체는 이어지더라도 평소와 다르게 분노가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냥 상황을 진단하는 로봇 같은 느낌이랄까.

그래서, 진단에 따른 로봇의 결론은 이런 것 같다.

"막상 아버지가 매일 밤 나에게 미안해하면서 괴로워하고 우울해했다면 더 좋았을까?"

"나는 아버지가 죄책감에 매일 밤 나처럼 우울하길 바라는 것인가?"

"어차피 해결 할 수 없는 부분은 어쩔 수 없고, 그나마 저렇게 뻔뻔하게 행복해하는게 나에게도 낫지 않나."



이제와서 드는 의문은 아버지는 과연 나에게 삶의 작은 문턱인 것일까.

아니면 내가 지금까지 느껴왔듯이 커다란 시련인 것일까.


사실 지금으로선 알 수 없을 것 같다.

내가 삶의 작은 문턱에도 힘겨워한 것인지

아니면 나중에 뒤돌아 보며 내가 저렇게 큰 난관을 헤쳐 나왔다고 생각하게 될 지.

아버지 문제 뿐만이 아니라 이것저것 즐비한 문제들에 대해서도..



뭐... 일단 부끄럽지만 약의 도움이 나에게 꽤 힘이 되는 것 같다.

지금으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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