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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출근했다.

오는 길에, 돌아가신 할머니의 번호를 전화를 걸었다.

"전원이 꺼져있어 음성사서함으로 ......"

별생각없이 그냥 걸었다고 생각했는데 눈물이 쏟아졌다.



정말 돌아가셨구나..

눈물을 대충 수습하고, 다시 전화를 걸었다.

음성메세지를 남겨야겠다.



삐- 소리와 함께 다시 눈물이.. 내 눈에서 이렇게 눈물이 쉽게 나왔던가.

한동안 아무말도 못하고 눈물콧물만 닦았다.

마음을 조금 추스르고, 할머니께 하고 싶었던 말을 했다.

말이라기 보단..

내가 다섯,여섯살 때 회초리 든 할머니 앞에서 질질짜던 모습에 가까웠으리라.



처음 알았다. 음성메세지에 3분 정도의 제한 시간이 있다는 걸.

한참 얘기한 것 같았는데, 3분 밖에 안됐다니.

하긴, 어릴 적 할머니한테 혼날 땐 시간이 그렇게 안갈수가 없었지.

녹음한 메세지를 보낼건지, 다시 녹음할건지 선택하라고 했다.

....

다시 녹음을 선택하고, 이번엔 조금 제대로 된 말을 했다.

할머니가 나한테 얼마나 많은 것들을 해주었는지, 내가 얼마나 감사하고 미안한지,

내가 할머니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이번 3분은 참 짧았다.



결국엔 음성메세지를 전송하진 않았다.

할머니도, 손자한테 미처 하지 못한 말들이 많았겠지.

나도 그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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