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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별안간 든 생각이 있어, 깨작깨작 억지로 문장을 시작해볼까..하다가, 너무 오랜시간을 궁상맞게 이러는게 부끄러워서 그만두기로 했다. 그 동안.. 참 많은 생각들을 해왔지만 한여름날 가로등 아래 날벌레마냥 짧고 덧없는 인생, 악착같이 남겨본들 무슨 의미랴. 그저 밝은 불빛을 쫓다 온몸에 남은 화상뿐 언제까지 이렇게 달려들어야 너덜해진 몸뚱이가 결국엔 바닥에 떨어질지

경계조건

우리가 살면서 얼마나 많은 방정식을 풀어가는가 그저 그러려니 했던, 그런 경계조건들은 우리의 삶을 생각보다 많이 바꿔버린다. 그리고 그 결과들 역시 경계조건이 되어 나를 옭아온다. Trivial. Trivial. 한번 더 Trivial. 복잡한 조건들은 마냥 무서우니 사소한 놈들부터 햝아본다. 한 글자씩 T..r..i..v... 적으면서도 이미 안다. 우리네 인생이 결코 자명하지 않다는 걸.. 사소한 것부터 때우면서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이다. 마침내, 우리의 인생을.. 나의 존재를 증명해야 하는 시기가 오고 만다. 나는 누구고, 존재란 무엇인가. 너는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 그리고, 나는 너에게 의미가 있었는가.. 나는 누구였는가? 그녀의 혈육이자, 그의 자랑이자, 그 사람의 옛사랑.. 우리네 인생에 대한 경계조건, 그 심오한 철학. 아니, 심오한 사정.. 당신의 인생이 비극인가? 더욱 더 괴로워 해라 나를 즐겁게 해다오 더욱 더 슬퍼 울어라 내가 감명 받을 수 있게 이 희극을 끝내지 말아주오. 내 인생에 경계를 짓지 말아주오. 부디 나의 비극엔 신경을 꺼주오. Trivial,  사소하니까.

이젠 조금 괜찮아진것 같아.

시간이 약이란 말이 맞긴한가봐 이제 일년이 다 되어가는구나. 혼자 있다 갑자기 눈물 쏟는것도 많이 줄었고.. 나는 요즘 버들골에 자주 와. 너와 함께 있었던 그 벤치.. 네가 있었을 그 자리.. 풍경은 그대로인데 ㅎㅎ 예전엔 이 벤치를 보기만해도 눈물콧물 쏙 뺏는데, 이젠 제법 점잖게 앉아있을 수 있어. 아직은 가끔 울컥하지만. 역시 시간이 약이더라. 다만, 귀여운 커플들이 나란히 앉아 같이 공부하고, 커피도 마시고.. 서로 좋아서 쳐다보고있는 모습.. 이따금씩 보게 되버리면 가슴이 아려와. 나의 잘못이니, 마땅한 벌이겠지. 다만 걱정이 있다면, 다른 사람들과 있을때 갑자기 울음을 터뜨릴까봐 표정관리 안될까봐 걱정이야. 참.. 별 희안한 데서 갑자기 터지더라고. 노래.. 익숙한 벽지.. 조명.. 새벽에 공부하는 여자애들.. 차라리 응큼한 생각이라도 들었으면 좋겠어. 네 생각 안나게. 네 생각이 날때마다, 그게 다 기억이고 상상이란걸 깨달을때마다, 그럴때마다, 문득 쏟아져버리니까.

소년의 세계

소년의 삶은 썩 괜찮은 삶이다. 시대도 그렇고, 소년이 자라온 환경도 그렇고, 소년 스스로의 재능, 인간성, 야망, 연애, 전반적인 모든 면에서 이 정도면 썩 괜찮다. 물론 소년에게도 삶이 만만하기만 한건 아니다.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잘나가던 집안이 순식간에 기울기도 했고, 부모님은 이혼했으며, 그 과정에서의 화끈한 상호 폭로전 덕분에 부모님의 젊은 시절 부끄러운 과거사는 덤으로 소년의 기억 한켠을 차지하게 되었다. 그러나 뭐 어쩌겠느냐, 삶이 아름답기만 해선 밋밋한 것을. 안타까운 어제는 뒤로하고, 빛나는 내일을 위해, 오늘 좀 빌빌거려볼 수 밖에.  오늘도 힘든 하루였다. 늦은 시간에 귀가하면서 오늘 자신이 혹여 게으르게 살지 않았는지, 그 누구보다도 자신의 삶을 아낄 줄 아는 소년은 반성의 시간을 가졌다. 인생은 마치 한편의 영화와 같다. 클리셰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여기에는 좀 더 철학적인 사색이 들어있다. 타임머신, 듣기만 해도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 기술이 이윽고 가능해진다고 하자. 이 환상적인 기계를 타고 천년뒤의 미래로 가서 아리따운 여성을 만나 아낌없이 사랑하며 인생의 반을 보냈는데, 이쉽게도 배우자가 먼저 세상을 떠나게 된다. 사별의 아픔을 치유하고자 다시 타임머신을 타고 하루 만에 100만년 뒤의 미래로 간다. 다행히 이때까지 지구는 멸망하지 않았고, 여전히 매력적인 여성들을 찾을 수 있다. 한편, 다른 우주의 같은 소년은 조금 다른 삶을 산다. 이 소년은 타임머신을 굳이 이용하지 않고 원래의 시대에서 천생연분을 찾았고, 인생의 반을 아낌없이 사랑하다 아내를 먼저 떠나보내고 만다. 실의에 빠진 이 소년은 꼬박 하루가 걸려 다른 나라로 떠나고, 그 곳에서 마치 세상에 아무일도 없었던 듯,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내가 먼 미래에 널 보게 된다면

내가 먼 미래에 너와 마주친다면 그땐 어떤 기분일까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 기분일까 아니 애초에 너를 마주치기 전이라도 널 잊었을까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기가 아니 애초에 한 걸음을 떼기가 그땐 좀 수월해질까 한 허리 쯤 오는 눈길을 걷는 기분이다 너를 뒤로 하고서. 그때의 나는 너무 먼 길을 와버려서 돌아갈 마음이 좀 줄었을까 지금의 나는.. 아직 몇 걸음 채 가질 못해 엄두가 채 나질 않아 길이 험해서 조금 미안하지만 조금 만 더 쉬다 가도 되냐고 그러면.. 먼 미래에 널 다시 보게 되는 날이 온다면 그 땐, 나 여기까지 잘 왔다고 메아리, 그 울림으로 인사할 수 있을까. 널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게 해주겠다던 그 남자애가 그 땐 외칠수 있을까. 아무도 듣지 못할 그 메아리로..

꿈에

나는 정말 나쁜놈이다 그럼에도.. 어젯밤 꿈에 나타난 네가 너무 보고싶어 울었다. 차라리 사랑하지말걸 이렇게 힘들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널 몰랐으면 좋았을텐데. 왜 하필 꿈속의 너는 그렇게 사랑스러웠을까 이젠 그냥  숨만 쉬어도 눈물이 쏟아질것 같아서 나는 아무것도 하질 못하겠다. 귀여운 걸 좋아하던 너 카카오프랜즈를 좋아하던 너 세상이 그냥 너로 가득차있는데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할까.. 나는 정말정말 나쁜놈이다.